전시일정: 2012년 10월30~11월5일(opening. P.M.5:00)
전시장소: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HOMA)
전시 타이틀: 공 중 정 원_ Hanging garden
<공중정원1-5> 연작과 해체적 해석
박혜원의 근작 <공중정원 1-5 (2012)> 시리즈는 시간대별 풍경을 그린 다섯 개 작품으로 구성된다. 각 각의 작품은 사각 틀 속에 둥근 하늘이 그려지면서 하나의 작품에 사각과 원이라는 두 개의 공간이 존재한다. 사각은 단색 바탕의 평면적 구조이나 원 속의 하늘 풍경은 단축적 원근감을 보여준다. 구조의 이중성에서 시작된 대립 항은 전통적 회화의 규범에서 벗어난 다양한 이미지들의 위치 선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의 이미지들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이처럼 대립된 또는 상호보완적인 사각과 원의 구조와 경계 파괴의 이미지들에서 <공중정원>의 해체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기존의 회화적 구조와 표현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의 서술적 신회화(new painting)로 제작되는 그의 연작이 원인을 제공한다. 자연과 인간, 예술 작품의 새로운 구조와 형상화로 이미지들은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그림자로 매우 은유적 작업이며, 자연의 모방이나 과거의 재현적 회화로 묘사 방법과 미학적 이론에서 벗어나고 있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석은 데리다의 해체론이나 후기산업화시대에서 규범화된 이념이나 정치적, 사회적 경계를 넘나드는 탈경계 이론으로 접근이 타당성을 갖는다.
데리다의 해체deconstruction은 서구의 서열적 구분인 특권적 지위를 해체하는 것으로 절대적 진리나 선과 악, 정의와 비정의 등 절대적 기준을 해체한다. 진리라는 우상을 파괴하는 해체론으로 중심이 파괴되고, 경계가 없어진다. 주목되는 것은 데리다 해체론에서는 우상을 대체할 새로운 우상을 발견할 수 없으며, 예술에서 작가의 죽음을 예고하는 텍스트로 존재하는 해석이다. 이는 대립항과 이중구조의 <공중 정원>시리즈와 연결시켜 볼 수 있다. 즉, <공중정원>에 나타난 사각은 기존의 틀이다. 한 치의 빈틈도 없는 기본 구조로 사각은 변함없이 오랜 시간과 공간을 이어져 내려온다. 그러나 점차 시간과 시대의 변화로 우리의 시각은 사각에서 원으로 이동한다. 원은 현재 진행형의 하늘이다. 우리의 시각 구조는 원이라는 틀 속에 다시 갇혀지나 이는 시간대별로 변하는 하늘 풍경이 비쳐진다.
한편 후기 구조주의 해체론에서 대립항으로 주로 언급되는 것은 사물의 본질과 현상, 진리/허위, 선/악, 안/밖, 천상/지상 등이다. 이와 같은 구조의 5개 연작으로 제작된 <공중정원>은 자연과 인간, 하늘과 땅, 과거와 현재 등 시간과 공간의 대립적 구조로 사각과 원 속의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들(꽃들과 구름, 니케 여신상이나 로댕의 조각들, 붉은 황소, 새, 낙타, 솟대 등)이 등장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시간과 공간의 대립적 구성과 같이 자연과 인간, 예술의 문제를 제기한다. 작품의 주제로 자연 파괴의 문명과 인간성 상실 등은 자연 풍경과 인간의 예술작품이 같이 등장하여 구체화된다. 문명세계에서 자연은 이차적인 것이 아니라 원칙적이어야 한다. 아울러 예술의 영원성이나 인간성 추구 등 절대적인 것의 해체를 통해 변칙이 아닌 새로운 원칙이 구축된다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 <공중정원>과 같이 동일한 주제와 내용의 시리즈로 규모가 큰 설치작업으로 <비너스의 얼굴(2012)>이나 회화작업으로 <거울 미로>, <소소한 풍경>, <신과 죽음>,
<공중정원>과 연결된 파노라마식의 그의 화화는 작가 말처럼 “자연과 대립되면서 원시시대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오늘날의 현대문명 고발” 인 동시에 과거의 형식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구조의 표현으로 시대적 모색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은 시공간의 경계 파괴와 기존의 개념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아울러 이들은 해체 이후의 문제에서 작가보다 감상자의 역할에 중요성을 부여한다.
이제 작품은 작가의 의지만이 아닌 제3자의 해석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같다. 절대적 기준에서 벗어나 우상으로 작품이 아닌 우상파괴로 그의 작품은 자유로운 텍스트 해석처럼 감상자의 역할까지 생각하게 하는 해체론적 해석에 더욱더 힘을 받으며 작업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전시서문_유재길 (홍익대교수.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