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전 舞:利展>
 
<무리전 舞:利展>은 회화적 문제의식을 다양하고 다각적으로 조망하는 작가들의 스튜디오가 밀집한 홍대인근 성산동을 주목하였다. 자칭 ‘성산구락부’라 부르는 작가군이다.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상관없이 모여든 이들은 예술창작의 멘토-멘티에서 출발하여 왕성한 국내외 활동의 토대를 공유하며 예술적 동반자로서 집단창작촌을 형성해왔다.
최근 국공립, 사립미술관에서 예술가 지원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레지던시와는 달리,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레지던시 지구를 형성한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또한 몇 차례에 걸친 기획초대 형식의 단체전을 통해 세대를 넘어 예술창작의 멘토-멘티에서 동반자로서 발전하는 궤적들은 자칭 ‘성산구락부’에 나름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부여하며 일종의 연대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시명인 ‘무리’는 바로 성산동의 옛 지명에서 착안한 것이다. 성산동이라는 지명적 유래는 흥미로운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키며 이들을 주목하게 한다. 원래 성산동은 예로부터 산이 성처럼 둘러싸여 있어 무리지어 다니지 않으면 다니기가 무서워 항상 떼지어 지나는 곳이라 하여 무리울, 또는 무이동(武夷洞)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성산동의 옛 지명에서 음차(音借)한 한자조어 ‘무:리(舞:利)’로 이들 작가군의 예술 행태 또는 행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보았다. 즉, ‘한 동아리’라는 소속감으로 ‘서로 교감하며 어우러져 소통하며,’ ‘춤추듯 날랜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붓놀림들이 펼치는 예술적 사유 집단’의 의미이다.
홍대 앞은 비전과 창의로 새로운 문화의 트랜드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최근 거침없이 몰아치는 상업화의 조류 속에 예술가들은 홍대 인근이라 지역사회의 문화중심에서 점차 내몰리고 있다.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과 함께 기획한 이번 <무리전 舞:利展>이 예술가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며, 예술가와 사회의 멘토-멘티로서, 동반성장의 동력으로서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 대학미술관의 선례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