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연 박사학위청구전 [夜宴 - The Evening Party]
 
카페 야연(夜宴)시리즈는 형,영,신이 만들어내는 ‘밤의 잔치’이다.
현재까지의 본인의 관점은 전통의 형식에서 현대의 내외면의 변화하는 모습을 제시하는데 있다. 전통적인 작품에 나타난 일상의 꿈과 이상향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현하고, 그 공간을 통해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표출하려는 것이다. 공간의 변화는 자연으로부터 인공적인 공간인 ‘카페’를 중심으로, 또한 본인 자신의 모습(공작새)을 투영하는 심리적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결국 풍경 속의 카페라는 공간은 본인의 몸(形)이며 그림자(影)이고 공간이 투사하는 자연의 모습은 정신(神)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을 설정하고 소요하는 ‘이름 없는 새’의 이미지는 본인 자신, 즉 몸과 그림자와 정신을 모두 포함한 주체인 것이다. 본인의 이상향은 장자가 말한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도 정신이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無何有之鄕)’이다. 그 곳은 몸과 정신의 유한함을 넘어서는 공간, 그 큰 조화의 물결 안에서 노닐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그 곳은 그 어떤 ‘이름’에 갇히지 않는 심리적인 공간인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결여된 그림자(影)를 마주친다. 그 그림자의 모습은 화려한 날개를 갖고 있어도 날지 못하고, 무거운 현실을 끌고 다니는 공작새로 표현된다. 욕망과 허영의 레이스부채와 같은 공작새의 날개는 현실의 땅에 드리워진 본인의 그림자인 것이다. 자연과 도시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무겁고 화려한 날개를 가진 자아를 투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원((桃源))이라는 공간 안에서의 시간은 마치 멈춰있는 듯하다. 그것은 문학과 그림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성이다. 본인은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의 시간 속에서 잠시나마 멈춘 시간을 카페라는 공간에서 찾는다. 그 공간 안에서 전통적인 도원도(桃源圖)에서 흐르는 시간, 너머의 세계가 갖는 그 시간의 깊이를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돌아가고 싶은 자연 또는 옛 그림 속에 인공적인 카페를 짓기도 하고, 도시의 카페 안에 상상의 공간을 들여놓기도 한다. 자연에 대한 관조와 문학에 대한 통찰 그리고 은둔사상의 근간이 된 노장사상이 녹아있는 도원도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본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마치 옛 그림에서 흐르는 시간처럼 살아가는 이 순간의 시간이 부피를 갖는다면, 그래서 언젠가 사라져버릴 모든 사물과 감정들을 본인이 설정한 공간 안에 자유롭게 풀어놓음으로써 스스로 불멸의생명을 갖게 되기를 상상해본다.
산수화 속의 화가의 걸음이 풍경의 숨겨진 공간과 시간을 보여준다면 본인 작품의 공간(카페)은 몽유하는 본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의 건너편에 존재하는 꿈과 그 곳을 걷는 본인의 몸과 그림자를 포함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도원도가 자연을 소재로 낙원의 시간을 표현했다면 본인은 심리적인 공간에서 주관적인 이상향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동굴을 통과하여 빛이 가득한 도원을 발견하듯이 본인의 심리적인 그림자를 통과하여 새로운 공간을 제시하였다.
유토피아나 도원경은 현실에서 느끼는 공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또다른 세상을 창조해낸 것이다. 또한 내적공간의 확장을 통해 적극적이고 생성적인 관계맺음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의 이상향은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우리 의식 저 건너편에 확실히 존재하는, 우리가 도달해야 할 가장 자유로운 안식처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몸과 그림자와 정신이 자유를 꿈꾸는 밤의 카페에 새로운 시간을 부여하고, 그 곳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현대의 또 다른 시(詩)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2011 장 경 연